29. 오르간음악에 적합한 잔향시간은?
교회나 성당, 특히 교회에서 오르간을 구입하려고 하면 오르간의 설치를 찬성하는 교인과 반대하는 교인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비록 어느 한 교인이 오르간구입비를 모두 부담한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교회의 예산으로 아니면 오르간을 위한 특별헌금을 모아서 하는 경우에는 더 많은 반대파 교인들이 생기게 됩니다. 이때 구입을 추진하는 목사님 혹은 다른 교회의 지도자들은 파이프오르간이라는 악기를 “천상의 소리를 내는 악기, 하나님께 찬양 드리기에 가장 적합한 악기”라는 오르간에 대한 과도한 소개로 반대하는 교인들을 설득하려고 합니다.
어떠한 과정을 거쳤건 오르간구입이 결정되고 제작사를 선정하여 오르간제작과 교회에서 설치작업을 마치고 드디어 오르간봉헌예배를 드리게 됩니다. 그동안 말도 많던 오르간의 봉헌예배를 앞두고 오르간소리에 대하여 모두 기대를 갖고 예배에 참석하게 됩니다. 예배가 시작되고 마침내 오르간소리로 회중찬송 반주와 오르간 특별연주로 오르간소리는 전 교인들에게 그 정체(?)를 드러내게 됩니다. 오르간소리를 처음 듣는 대부분의 교인들은 그동안 목사님께서 “천상의 소리를 내는 악기”라고 강조하셨는데 막상 오르간소리를 들어보니 전자오르간소리와 별 차이도 없고 오히려 전자오르간소리보다 귀에 거슬리는 불협화의 고음들도 나는 것 같고 하여 대부분의 교인들은 오르간소리에 실망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목사님께서 좋다 하시니까 나쁘다고 말은 못하고 아무튼 비싸게 주고 구입한 파이프오르간소리에 실망을 하게 됩니다. 고가의 파이프오르간을 어렵게 설치한 후 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저는 이러한 교인들의 실망감은 두 가지 원인에 있다고 여겨집니다.
첫째, 대부분의 실망한 교인들은 오르간소리를 처음 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르간소리는 자주 들어보고 그 소리에 익숙해져야 진정한 오르간소리의 매력을 알게 됩니다. 처음에 실망했던 그 오르간으로 대략 1년 정도 반주하는 찬송을 부르면 다른 교회에서 전자오르간으로 반주하는 찬송은 어딘가 이상할 것입니다. 즉 반주소리가 좀 빈약하다거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교회내의 잔향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제아무리 고가의 유명한 오르간이라 하더라도 공간의 잔향이 거의 없는 건조한 공간에서는 오르간소리가 좋게 들릴 수가 없습니다. 같은 건반악기이지만 건반의 타건 후 소리가 계속 이어지는 피아노와 달리 오르간은 건반을 떼는 순간 오르간에서 방사되는 소리는 사라지게 됩니다. 이때 방사된 소리를 공간의 반사 없이 직접음만 들었던 교인들은 잔향음을 거의 들을 수가 없어 보이싱이 완벽하게 되지 않은 그리고 조율이 깨끗하게 되지 않은 소리를 분명하게 듣기 때문에 오르간소리가 매력 있게 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오르간이 설치된 공간은 좋은 오르간소리를 위해 적당한 잔향시간을 가져야합니다. 그렇다면 잔향시간이란 무엇일까요? 그리고 오르간음악을 위해 적당한 잔향시간은 얼마일까요? 잔향시간을 정의하기 위해서 먼저 소리의 단위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의 내용은 약간 기술적인 내용이라 난해할 수 있어 생략해도 됩니다.
이렇듯 잔향시간은 음원이 정지된 후에도 n차 반사음에 의해 우리 귀에 들리는 소리의 시간을 말하며 오르간음악을 위해서는 대략 3 – 3.5초의 잔향시간이 적합니다. 그러나 교회의 예배실은 오르간음악만을 위한 장소가 아닙니다. 잔향시간이 2.5초 넘어가면 교회의 음향시스템(PA system)에 방해를 주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오르간을 설치하고자 하는 교회는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숙지한 후 오르간과 PA system의 적당한 양보와 타협으로 적절한 잔향시간을 정해야합니다. 제가 권하는 적절한 타협의 잔향시간은 2.5초입니다. 물론 그 이상이면 좋습니다. 아니면 교회의 예배실 일부분의 마감재를 변형할 수 있게 하여 목적에 맞게 잔향시간을 가변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 경우 시설비가 당연히 많이 들어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