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이프 오르간과 오르간 그리고 오르겔
기원전 3세기경(BC 246)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크테지비오스(Ktesibios)에 의하여 당시의 목관취주악기인 아울로스(Aulos) 몇 개를 음정별로 소리가 나게 구멍을 막고 바람의 공급을 밸브로 제어하여(건반역할) 소리를 내는 물건(악기)이 만들어집니다. 악기는 물의 수압을 이용해 바람의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공급하여 취주악기인 아울로스(Aulos)를 연주한다고 하여 당시 이 악기를 히드라우리스(Hydraulis)라 하였습니다. 이후 물의 압력이 아닌 순수 바람풀무에 의한 바람공급으로 작동되는, 즉 물과는 전혀 관계없는 같은 악기가 만들어졌지만 이 악기에도 Hydraulis라는 이름을 중세까지 사용합니다.
4세기 이후 organum (organum hydraulicum의 약자로) 이 Hydraulis를 대신하게 됩니다. organum은 라틴어에서 온 말로 “일할 때 쓰는 연장, 도구”를 말합니다. 즉 음악적 영역에서 “소리를 내는 연장, 도구”라는 의미에서 이 악기를 지칭하게 됩니다.
이후 organum에서 organ(영), Orgel(독), orgue(프), Órgano(스페인)등이 이 악기의 이름이 됩니다. 유럽에서 이 악기는 금속과 나무를 사용해 만든 입술형파이프 혹은 떨판형파이프를 소리의 발성체로 사용하여 만듭니다. 파이프를 사용하여 만든 악기라 하여 악기이름 앞에 파이프라는 이름도 사용하지만 대부분 악기이름만 사용합니다. 이 악기의 소리 발성체로 단지 파이프만 사용하기에 파이프라는 말을 악기이름 앞에 붙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파이프 중 떨판형파이프는 울림통이 있는 것도 있고 단지 떨판만 있는 것도 있어 이 울림통이 없는 떨판형파이프를 이용해 만들고 발로 바람을 일으켜 소리를 내는 악기를 독일에서는 Orgel(오르겔, 악기의 독일식 이름)대신 하모니움(Harmonium)이라고 합니다. 반면 영국과 미국에서 이러한 악기를 울림통이 없는 떨판(reed)을 이용해 만들어 free reed organ 이라고 하며 특히 발로 바람을 짓는다하여 pump-organ이라고도 합니다. 이 pump-organ은 우리나라에서는 옛날 초등학교 교실에서 음악시간에 사용하던 풍금을 말합니다. 이 풍금은 1800년대 말 서양의 선교사에 의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을 때 reed organ이라는 영국식 이름으로 들어왔기에 굳이 우리말로 “풍금”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 악기를 외래어로 오르간(organ)이라는 이름이 공식적인 표기입니다. 우리가 외래어로 어떤 물건을 지칭할 때 처음 소개되어 들어오는 국가의 이름을 주로 사용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에 이미 이 악기를 지칭하는 organ이라는 외래어가 있는데 독일식 표현인 orgel(오르겔)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외래어 표기 지침에 맞지 않습니다.
국내에는 파이프오르간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 파이프오르간의 소리를 전자기술과 스피커를 이용해 소리를 내는 전기오르간(혹은 전자오르간)이 널리 사용되었기에 파이프를 이용해 소리를 내는 오르간을 이 전자오르간과 구별 짓기 위해 파이프오르간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